troopie 님이 하드카피월드에 게시한 “파이프 가구 DIY” 시리즈 입니다.

파이프 가구 DIY 3 – 거실 탁자

파이프로 간단하게 코너탁자도 만들어 봤고, 복잡한 모양의 책상도 만들어 봤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파이프로 만든 책상은 꽤나 힘든 작업물이었습니다. 누가 만들어 달라 그러면 가격 세게 불러야 겠어요.^^

사실 파이프로 가장 만들고 싶었던 가구는 책장이었습니다. 이리 저리 구부러져 연결된 책장. 제가 서재에 대한 로망이 조금 있거든요. 파이프 이리 저리 꼬아서 프렌지 연결하고, 칼블럭으로 벽에 구멍 뚫어 고정시키자니 깨끗하게 도배된 벽이 너무 아까운 겁니다. 뭐 어쩔 수 없죠. 내 집이 아니니 집 망가뜨리는 건 훗날로 미루고 다른 걸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좀 더 재밌는 것으로다가.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것이 거실탁자 입니다. 지금 집에 식탁이 없고 다과상만 있어서 밥 먹을 때 허리를 90도로 접어야 했기에 많이 불편했거든요. 그래서 밥상 겸용으로 쓸 탁자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 설계

앞의 두 작업물은 온전히 저의 생각대로 만들었다기 보다는 파이프가 가진 물성을 잘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의 디자인이었습니다. 이번엔 좀 파격적으로 쇠파이프가 가진 직선적 이미지를 가지고 곡선적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직선으로 곡선 만들기. 이게 뭔 헛소린지 참…

파이프가 가진 직선이라는 물성을 가지고 곡선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거 리만 기하학인가 하는 알 수 없는 수학에서나 가능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직선이지만 곡선인…뭐 꼭 이런 이상한 생각이라기 보다는 파이프가 가진 그 직선의 이미지, 합리적 이미지를 깨고 싶었던 겁니다. 바우하우스에서도 파이프를 쓴 이유가 합리성이었다죠. 건물도 직선으로 네모 반듯하게 짓고. 사실 요즘의 디자인도 별반 다를 것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산업디자인이라는 자본주의에 포섭된 디자인의 흐름. 그 합리성이 맘에 안 들어 다른 다양함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겁나게 비실용적이며 비효율적이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충격을 줄만한 그 어떤 것.

들뢰즈라는 철학자가 말하는 탈주의 속성을 지닌 탁자. 합리성이라는 중심이 빠져 다양하게 뻗어나가는, 새로운 배치로 기관 없는 신체 같은 탁자. 그런 형태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3.01

제멋대로 꺾이고 연결되어 요상한 모양의 스케치가 나왔습니다. 기본적인 전체 사이즈와 높이만 정해놓고 이리 꼬고 저리 꼬아서 눈이 어지러운 디자인이죠. 탁자의 중심이라고 할 만한 점도 없고, 다리 역할을 할 만한 네 개의 부분이 서로 합리적으로 연결되는 공통성도 없습니다. 마냥 자유롭게 어디까지 연결될 지 모를 만큼.

-자재

  • 파이프, 레듀서7, 엘보31, 사이드아웃렛 엘보4, 크로스 티1, 마개2

하도 이리 저리 많이 꼬고 꺾어서 엘보만 30개가 넘게 들었습니다. 파이프의 길이도 짧은 게 많이 들어가다 보니 가랑비에 옷 젖듯이 돈이 들어가네요. 이번 탁자의 경우 모양은 복잡해 보여도 구조 자체는 간단합니다. 서로 치수를 맞춰서 연결하는 부분이 없다 보니 단순히 연결만 하면 됩니다. 그래서 300mm이하의 짧은 파이프가 많이 들어가네요. 작업하다 맘에 안들면 즉흥적으로 디자인을 바꿔도 상관이 없을만큼 간단한 구조여요. 재료비로 8만원 조금 넘게 들었습니다. 은근 비싸죠?

-세척

이번이 세 번째 파이프 세척인데 계속 주방세제로 닦고 있네요. 앞으로 파이프로 무언가를 더 만들지 모르겠지만 깨끗하게 세척할 방법을 찾아야겠어요. 주방세제는 간단하게 구해서 쓸 수 있지만 아무리 잘 닦아도 기름때가 많이 남더라고요.

-도장

폭염주의보 하에서 락카 뿌리는 건 참 힘드네요. 락카 뿌리는 시간은 10분 정도인데 온 몸이 땀에 푹 절어버리는 군요. 건강 조심하세요.

-조립

꼬이는 부분 각을 잘 맞춰주면서 연결하다 보면 간단히 조립이 끝납니다. 조립하다 맘에 안 든다거나 다른 파이프에 걸려서 조립이 안되면 바로 디자인을 바꿔서 처음 설계랑 다르게 조립해도 무방합니다. 전 파이프 1개와 연결나사 1개를 다른데 놔두고 못 찾아서 설계 바꿔서 조립했다가 뒤늦게 찾는 바람에 다시 조립했습니다. 아래 두 사진에 숨은 그림 찾기 하듯이 찾으면 보일거에요.

3.02

3.03

– 상판 올리기 및 마무리

일단 긁힘방지 스티커 다 붙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상판의 사이즈를 실측했죠. 애초에 900×900으로 사이즈를 잡았는데 상판은 좀 더 커야 하더군요. 그래서 8mm짜리 강화유리를 1000×1000으로 주문했습니다.

3.04

검은색 강화유리라 시선이 파이프보다는 강화유리에 많이 뺐기네요. 상판이 없을 때엔 어지럽고 난잡한 느낌이 많았는데, 상판 올리니 깔끔해져 버렸습니다. 괜히 검은색으로 했나봐요. 내 의도는 이게 아니었는데…투명색 강화유리로 그 구조가 훤히 보이게 했어야 했는데. 쩝. 저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예뻐졌다고 좋아했지만 많이 아쉽네요.

3.05

3.06

이만 파이프 DIY를 마치겠습니다. 혹시 궁금한 게 있으시면 글 남겨주세요. 제가 아는 선에서 최대한 도움을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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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opie 님이 하드카피월드에 게시한 “파이프 가구 DIY” 시리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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