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opie 님이 하드카피월드에 게시한 “파이프 가구 DIY” 시리즈 입니다.

파이프가구 DIY 2 – 책상

코너 탁자를 한번 만들어 보니 이게 되는구나 라는 걸 느꼈습니다. 별거 아닌 가구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모양을 만들고 나니 자신감이 조금 붙더군요. 게다가 많은 삽질을 통해 내가 할 수 있는 부분과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구분이 확실해 졌다고 할까요? 요령이 붙었다고 표현하는게 더 좋을 것 같네요. 내친김에 좀 더 모양이 복잡하고 고려해야 할 것이 많은 책상만들기에 도전해 봅니다.

-설계

일단 제가 스케치한 설계부터 보여드릴게요.

2.1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으로 검색해 보면 상판을 나무로 만들고 다리와 가로대를 파이프와 파이프 프렌지로 연결한 작품들이 꽤나 있습니다. 상판이 나무면 구조적으로 매우 안정적이지만 파이프가 많이 가려져 특유의 금속느낌과 빈티지함이 죽는 것 같아서 과감하게 전체를 파이프로 만들고 강화유리 상판을 올려 파이프의 골계미(?)를 살리기로 했습니다. 거기에 구조적 안정성을 더하기 위해 긴 파이프를 짧은 파이프로 연결하는 구조를 생각했습니다.

한가지 더 생각한 부분이 있다면 파이프 가구의 경우 너무 직선적이어서 변화의 재미가 안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직선과 직사각형만 보이니 공장의 느낌이 나긴 하지만 요즘 공장은 더욱 복잡미묘한 감성이 있잖아요. 그래서 한 쪽 면에 요철 형태의 길이 변화를 주었습니다. 스케치 상으로 길게 잘못 그려진 보조책상도 얹어 주었구요.

2.2

스케치를 대충 봐도 사각형 구조가 많고 연결나사가 많아 길이계산 하는 게 빡세 보입니다. 예. 실제로 엄청 복잡합니다. 특히 짧은 연결 파이프까지 직선배치가 아닌 다단배치를 해버려서 가로대 계산하는데 엄청 애먹었어요. 저번 코너탁자 만들기에서 각 연결나사의 중심과 외경까지 늘어나는 길이를 정리한 표가 사실 책상의 파이프 길이 계산하면서 정리한 것입니다. 코너탁자의 경우 대충 끼워 맞추면 안 맞아도 알아서 자리 잡지만 책상의 경우 구조적으로 너무 부실해져 버리거든요. 책상으로 쓰기 힘들 정도로. 파이프가 쇠라고 무조건 튼튼한 건 아니더라구요.

책상의 사이즈는 대충 방에 맞게 정했습니다. 전 책상에서 어떤 작업을 하든 좀 늘어놓고 하는 편이라 큰 책상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세로를 좀 크게 700mm정도로 하고 가로를 1500mm정도로 했습니다. 보조책상의 경우 한쪽 벽면이 베란다이기에 베란다 창이 없는 벽의 길이에 맞게 500mm정도로 정했습니다. 책상 높이의 경우 쇼핑몰에 나온 책상의 높이를 그대로 따라했어요. 우리 집에 있는 책상은 저한테 너무 높아서 어깨가 많이 아프고 불편하더라구요. 이런건 가구에 관한 데이터가 많이 쌓여 설계된 시중품을 따라하는게 최고더라구요. 720mm가 나오도록 했습니다.

-자재

  • 파이프, 레듀서9, 엘보3, 드레샤 엘보6, 티11, 크로스티2

2.3

자재가 꽤 많이 들어가죠! 자재 관련 설명은 코너탁자에서 대부분 설명했으니 생략하고 중요한 결구 시 늘어나는 길이만 다시 한번 설명할게요.

  • 레듀셔 35
  • 티, 사이드아웃렛티 20/35
  • 크로스티 20
  • 엘보,사이드아웃렛엘보 15/35
  • 드레샤 엘보15~30/35~50

예를 들면 책상 제일 윗 가로대가 1000이고 짧은 파이프로 두 개의 파이프가 연결된 두 번째 가로대에 연결됩니다. 그렇다면 두 번째 파이프의 총 길이도 1000이 되어야 하기에 200, 800으로 나눠진 두 빠이프에 티 연결나사가 들어가는 길이를 빼줘야 하는 겁니다. 티의 경우 중심까지 20이 늘어나므로 양쪽 합하여 40을 빼줘야 하는 겁니다. 즉 200+800-40으로 계산해야 1000짜리 가로대의 끝선에 두 번째 가로대의 끝선이 일치하게 되는 겁니다. 걍 글만 읽으면 잘 머리에 안들어오니 만들고 싶은 것 있으시면 한번 설계해 보시고 고민해 보시면 제 글이 와 닿으실 겁니다. 인생 뭐 있나요. 안 맞으면 다시 주문해서 다시 끼우고 돈 좀 더 쓰면 되는 거죠.

-세척

도착하자마자 기름때부터 벗겨야죠. 기름이니까 아세톤 같은 걸로 닦아주면 녹도 안슬고 좋을 것 같지만 없으니 또 세제로 열심히 닦아줍니다. 다른 좋은 방법 있으면 공유해요. 세제로 하는 건 아무리 열심히 닦아도 조립할 때 보면 기름이 뭍더라구요.

2.4

-도장

전에는 가조립부터 하고 도색을 했는데 이번 건 구조도 복잡하고 연결할 것도 많고 하니 일단 락카부터 뿌리고 하렵니다. 한여름 땡볕에 박스 깔고 쇳덩이 늘어놓고 락카칠하니 락카도 녹고 나도 녹고 쇠도 녹는 것 같네요. 햇볕에 잘 구워진 쇠파이프는 사람손을 융합시킬 듯이 뜨겁더군요. 장갑 꼭 끼세요.

-조립

책상의 경우 네 부분을 구성되어 있습니다. 조립도 부분별로 해서 한꺼번에 연결해줘야 편합니다. 일단 다리부터 만들고, 가로대 연결하고, 남은 다리 연결하면 끝. 참 말로는 쉽네요. 그리고 말처럼 안되는 게 DIY죠. 열심히 연결해보니 3번째 가로대의 길이가 안맞는 겁니다. 50mm 길더군요. 한 가로대에 티가 4개나 연결되고 거기에 드레샤엘보까지 연결되다보니 계산대로 안된 부분이 생겼습니다. 특히 제일 오른쪽 티에 드레샤가 연결되다보니 길이를 조정할 여유가 안생겨 가운데를 줄여야 하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길이 계산 잘하셔야 합니다. 제가 정리해드린 늘어나는 길이가 다 이런 삽질을 통해 정리된 것입니다.ㅜ.ㅜ

2.5

근데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설계상으로 책상 왼쪽 다리는 다리끼리 연결하는 파이프가 없는데, 없어도 충분히 튼튼할 줄 알았습니다. 사실 요철 모양으로 만들어놔서 연결하려면 삼각함수로 길이 계산을 해야 하는데, 또 그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잖아요. 설계대로 모양 나온다는 보장도 없는데. 근데 너무 흔들거리는 겁니다. 책상으로 쓰기 힘들정도로. 할 수 없이 나무에 구멍을 뚫어 꽂아넣기로 했습니다.

2.6

사이 간격을 실측해서 넣었죠. 여기서 또 실수를 했습니다. 사이즈 줄인다고 파이프를 빼놨는데 제대로 결구도 안된 가로대에 다리 간격을 실측해 버려서 연결하고 나니 다리 사이가 오므라 들더군요. 구멍을 다시 뚫었습니다.(ㅜ.ㅜ) 참고로 나무는 집 앞에 버려진 방부 데크를 주워왔고, 구멍은 조각도로 팠습니다. 어쩜 이리 열악한지.(ㅜ.ㅜ)

2.7

– 마무리

여러 삽질을 거쳐 조립이 완성되었기에 바로 다이소로 달려가서 긁힘방지 스티커를 사와 붙이고, 상판으로 올릴 강화유리를 실측하여 주문하였습니다. 유리가 너무 커서 택배배송이 안된다하여 제 경차 같은 소형차에 어거지로 실어왔습니다.

2.8

상판올리고 나니 기분 좋네요. 아 유리는 깨지는 게 걱정되서 8mm짜리 강화유리로 했어요. 근데 어째 상판올리고 나니 공장 같은 느낌보다 세련된 느낌이 더 드는지 원. 의도치 않게 예뻐진 거 같아요.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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